[인터뷰] 도전에는 나이 없다…92세 현역 유양석 치과원장

김명수기자 | 입력 : 2018/03/06 [21:48]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90대 나이에 현역에서 치과 진료를 해오고 있는 원장님이 있다.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유양석 원장을 보면 안다. 92세 고령이지만 치과진료는 본업이고 지하철 출퇴근에 서울 시내를 직접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가 하면 최근에 체험수기 현상공모에 도전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글쓰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스마트 폰을 젊은이 못지않게 다루고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그뿐 아니다. 작년 여름부터 그림(세라믹페인팅)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오는 3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 효자로 미스맥 갤러리’(missmacc gallery)에서 한 여름의 꿈이라는 테마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양석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는 그 흔한 간판도 없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고 예약이 아니면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201836일 오후 유양석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를 찾아와 진료를 받은 76세 할머니 A씨는 50년 단골이다. A할머니는 미혼이던 20대 때 유양석 원장을 만나 처음 진료를 받은 이후 결혼을 하고 자식이 장성한 지금까지 50년째 끈끈한 진료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치과의사 면허 숫자가 3만번 대를 넘어섰다. 그중 38호 치과 면허 번호를 가지고 있는 유양석 원장은 1949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17(1952~1968)을 포함하여 현재 67년째 치과 진료를 해오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에 군의관으로 입대했다.

19537월 전쟁이 끝나고 휴전 후 우연한 기회에 한국 치과 군의관 최초로 미국에 단기 유학을 갔다. 당시 장교가 미국에 다녀오려면 의무복무 기한을 5년 연장해야 했다.

1954년 미육군군의학교에서 3개월 치과교육을 받은 이후로도 포트오드(Fort Ord)육군병원(1955)과 월타리드(Walter Reed)육군병원(1960)에서 구강외과와 치과고등교육반을 이수했다.

미국의 선진치과 의료기술을 공부하기 위해 6개월 이내 단기 유학을 세 번 다녀오는 대신 군 생활이 17년으로 늘어났으니 학구열도 대단하지만 배짱 또한 두둑하다.

1966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67년 치과기재학회를 창립해 3~5대 회장을 역임했고 같은 해 창립한 구강보건협회에도 임원진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고문으로 있다. 1976년 대한치과 임프란트학회 창립 초대회장에 이어 제2대회장까지 연임했다.

지금은 임플란트가 치과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를 잡고 임플란트 관련 학회도 우후죽순 난립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그의 공이 컸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으로 박정희 대통령 주치의를 10년이나 했다. 군의관으로 있던 그가 미국으로 고등군사교육을 받으러 갈 때 같은 비행기에 영관 두 명이 탔다. 한 사람은 우락부락하고 장신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말수가 전혀 없고 키가 작았다.

교육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부산육군병원 부장으로 가서 보니 사령관이 4년 전 비행기 안에서 만난 키 작고 말수 적던 바로 그 영관 박정희 장군이었던 것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인연으로 사령관 가족들 치료도 해주면서 후에 대통령 주치의까지 했으니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서울 잠실 집에서 종로구 통의동까지 혼자 전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봉사활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치과진료를 계속할 작정이다.

 

 

90이 넘은 고령이지만 컴퓨터도 하고 인터넷도 한다. 직접 자가용 운전도 한다. 201712월 유양석 치과원장에게 스마트 폰으로 송년 메시지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유양석 원장은 깨알 같은 내용을 적어서 답장을 보내왔다. 30살이나 어린 필자에게조차 겸손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유양석 원장은 모 단체가 실시한 '체험수기' 현상공모에 응모하여 2018226일 최우수상(상금 500만원)을 수상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소식을 카톡으로 알려왔다.

현재 유원장이 운영하는 치과는 건물 3층에 있다. 뚝심 있고 우직한 성격으로 지금 있는 한자리에서 35년째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계단 3층을 거뜬하게 걸어서 오르내릴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나이티를 내지 않고 젊은이와 어울려 기체조로 건강관리를 하면서 생각도 말도 행동도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유원장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더욱 멋있어 보인다.

유원장의 잣대로 보는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다. 간판이 다가 아니다. 인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게는 똑같은 환자이자 고객일 뿐이다.

환자 한 명에 2~3시간씩 매달리다보니 헛된 발걸음 막기 위해서라도 100% 예약제로 진료와 시술이 이루어진다. 인간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지만 치과 치료로 치아에 씌운 금은 죽어서도 무덤까지 몸에 지니고 간다. 그래서 치과 진료를 할 때 추호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지위고하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유양석 치과원장의 삶은 100세 시대에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노년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고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를 인터뷰 섭외할 때 스마트폰 메신저와 이메일을 이용했다. 그와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100세 장수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보여주는 인생 롤모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건강관리를 잘하고 노력여하에 따라 자기 전문분야에서 90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를 만남 자체가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헤어질 때 시선을 맞추며 두 손을 흔드는 모습이 집에 오는 내내 아름다운 추억으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욕심내지 마라. 건강유지도 물질도 욕심을 버려야 지킬 수 있다.” 화두처럼 던지는 그의 뼈있는 덕담이 지금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의 가슴에 와 닿기를 바란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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