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사랑한 영원한 청년…무동력요트로 세계일주한 김승진선장

월드레코드 | 입력 : 2017/09/28 [19:43]

지구를 사랑한 영원한 청년…무동력요트로 세계일주한 김승진선장

해양모험가이자 다큐멘터리PD로 활동해온 김승진(54) 씨가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209일간 무동력 요트 아라파니호를 타고 바닷길로만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2층높이 파도에 요트가 두 번이나 뒤집히고 돌풍, 빙하, 해적, 상어 출몰 등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항해를 계속하여 국민들에게 희망메시지를 안겨주었다.

2014년 10월19일 당진 왜목항을 출항해서 장장 4만1900여km를 돌아 2015년 5월16일 왜목항으로 귀항한 그의 단독 무기항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에서도 성공한 사람이 극소수뿐인 쾌거다.

낮에는 지구만 보이지만 밤에는 우주를 볼 수 있다. 지구를 사랑한 남자 김승진 선장은 아름다운 지구별과 하나가 되어 요트 항해를 하면서 밤이면 밤마다 바다 한가운데 누워 마음껏 우주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지내다 7개월 만에 돌아와 땅을 밟았다.

오직 바람의 힘만으로 중간 보급 없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무기항 무동력 항해 모험이다.

그에게 길이 13m, 폭 3.9m의 요트 아라파니호는 바다에 떠있는 보금자리 궁전이요 삶의 터전이었다.


식수와 생활용수로 2ℓ짜리 생수 한 병은 하루 2식 밥을 해먹고 찌개를 끓이고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세탁도 하는 하루 정량이었다.

기자의 직감으로 느낀 그의 몸에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역마살과 모험을 즐기는 DNA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의 요트 항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질랜드에 생활터전을 잡고 수영장과 정원이 딸린 집에서 가족과 함께 평범한 가장으로 안주하는 삶을 살아봤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돈으로는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자기 꿈을 향해 전부를 걸고 싶었다. 이게 아니다 싶어 집을 팔아 요트를 사서 해양모험을 시작했다. 스스로 편안한 삶 대신 모험과 도전을 택했다.

부동산을 몽땅 팔아 빚을 정리하고 남은 전 재산 3억 원을 가지고 유럽 크로아티아에 가 요트를 사서 2010년 직접 요트를 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3년에는 카리브해에서 한국까지 항해를 했다.

그리고 이번 대장정 프로젝트. 요트 꼭대기에 희망항해 깃발을 달고 53세 중년의 나이에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도전하여 아시아에서 4번째 성공한 나라의 반열에 대한민국을 올려놓았다.


바다 위에서 209번의 밤과 낮을 맞이하고 하루 200여㎞를 밤낮없이 달려 4만1900여km의 거리를 바람에만 의지해 이동했다. 지구 한바퀴 거리다.

단돈 1원도 안 쓰고 바다 한가운데서 혼자 둥둥 떠돌아다니며 7개월을 먹고 자고 우주 구경하면서 실컷 여행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진기 명기가 따로 없다.

영원한 청년 김승진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다시 돛을 펼치고 그의 또 다른 모험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태어난 그가 바다에 뛰어들어 바다사나이로 살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다.

김승진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로 당진 왜목마을도 함께 떴다. 왜목마을과의 특별한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0월 남태평양 요트 항해 중에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찍혀 있어서 통화를 했다. 김선장의 세계일주 계획을 뉴스로 접한 왜목마을 주민 김종득씨였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극적으로 연결된 전화 한 통화로 김승진 선장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다.


왜목은 해뜨고 지는 마을로 유명해졌지만 이제 해팔아먹는 시대는 지났다. 레저문화의 꽃이 요트 아닌가. 왜목마을이 레저문화의 중심지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메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꼭 왜목항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선장은 충남 당진 왜목항 주민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출항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마을 부녀회는 항해 때 먹을 음식을 싸주고 자치단체, 지역주민들, 상가번영회가 똘똘 뭉쳐서 그의 대장정 프로젝트를 도와줬다. 요트동호회원들도 도움을 줬다.

김승진 선장은 요트를 타고 바다위에서 4계절을 보냈다. 가을에 출항해서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을 거쳐 봄에 돌아왔다.

요트에 난방기구가 없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언제 어떤 위험이 우리 앞에 닥칠지 모른다.

어차피 안전한 길을 골라서 살 수는 없다 할지라도 김승진 선장을 보면 위험의 불구덩이 속으로 작정하고 겁도 없이 뛰어 들어가는 사람 같다. 망망대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노하우와 초월적인 마인드가 엿보인다.

“위기상황에서도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순간적으로 돌발 사태를 분석하고 대처해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해결책을 찾습니다. 뭐든지 고장이 나도 직접 수리하고 부품이 없으면 깎고 다듬어서 고칩니다”


바다에서 추위를 이기는 법도 일찍이 터득했다. 겨울철에 찬물로 샤워 후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으니까 몸이 따뜻해지면서 그 다음부터 추위를 타지 않았다.

선원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남미 최남단 케이프혼 해역을 통과하면서 거대한 파도가 덮쳐 요트가 두 번이나 뒤집혔다. 남대서양 사우스 조지아섬 인근에선 빙하가 스치듯 지나갔다. 적도 인근의 무풍지대를 지날 때는 바람이 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혼자 7개월 밤낮을 바다에 떠있으면서 외롭거나 고독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혹자는 바다와 하늘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눈에는 한 순간도 같은 모양 같은 모습이 아니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천변만화의 세상이었다.

요트 세계 일주를 하면서 하늘, 바람, 구름, 파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돌고래 떼가 그를 따라다니며 멋진 쇼를 펼쳐 보였고 뉴질랜드에서 인도양까지 남극 갈매기 알바트로스가 70일간 동행하며 축하비행을 해줬다.

날씨가 안 좋은 밤이면 칠흑같이 깜깜해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 또한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며 자연에 몸을 맡기고 때를 기다리면 어김없이 자연은 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지구를 사랑한 남자 김승진은 그렇게 장장 7개월을 자연의 일부로 바다와 친구처럼 지냈다.

식사도 직접 찌개를 끓이고 쌀로 밥을 지어서 하루 2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가짜 미끼를 단 낚싯줄을 바다에 늘어뜨려 참치도 잡고 만새기도 건져올려 푸짐한 밥상을 차렸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렵게 산다. 나만 불행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능력을 인정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김승진 희망선장이 세상사람들에게 전하는 덕담이자 조언이다.

세계일주를 하고 나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강연요청도 늘었다. 현실이 너무 힘들었는데 문뜩문뜩 본 TV와 인터넷에서 김승진 선장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문자메시지도 많이 받는다. 고등학생인 딸도 아빠를 많이 응원해준다.

김 선장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초등학교 때 신장염을 앓았다.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더욱 강한 사람이 되었다.

마라톤과 수영을 좋아한 그는 대학 때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핀수영으로 북한강 종단을 했다. 1986년 여름방학을 맞아 18일에 걸쳐 장장 300km를 한강 물줄기를 따라 수영했다.

다큐멘터리 PD로도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중국 국경에서 북한 꽃제비를 취재하고, 중국 양쯔강 탐사, 일본 고베 대지진,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현장 등 굵직한 다큐멘터리 프로를 제작하여 세상에 알렸다. 이번 요트 세계일주도 모두 영상다큐멘터리로 담았다.

김승진 선장의 지구 사랑은 특별하다. 며칠 전에 지인이 아기를 낳았다. Welcome To Earth. 지구에 잘 왔다는 문자를 아기 부모에게 보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은 엄청난 행운아다. 아름다운 별 지구에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렇다. 지구에 살면서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고 고생스러울지라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그는 후반전 인생을 요트와 함께 하겠노라고 다짐한다. 이번 세계 일주를 계기로 레저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요트를 이해시키고 대중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람들이 물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물 문화를 전달하고 확산시키고 싶다는 속내도 밝혔다.

인간의 생존 능력은 위대하다. 지구를 사랑한 남자 김승진 선장을 인터뷰하고 나오면서 느낀 생각이다.

 

2015년 11월05일

[출처] 인물뉴스닷컴

<http://www.inmulnews.com/sub_read.html?uid=5522&section=sc1&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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